12월31일
마지막 가는해가 아쉬워서 단체, 또는 삼삼오오 끼리끼리 모여서
2009년의 마지막 밤을 보내고 있을 시간,
초저녁부터 잠자리에 죽은듯이 누워 마흔 아홉을 마감하고 있는데...
9시쯤에 휴대폰이 몸부림을 친다.
슬쩍 폰을 들여다보니 볼링팀장님이다.
민~~주~~야~~~! 뭐하노?
으응..%$#@@
목소리가 와 그렇노. 자능기가?
으으응...오빠야...민주 잔다...
뭐시라카노~! 모두 망년회 한다고 난리인데 몇신데 벌씨로 자노!
오늘 날밤 새워야지. 빨랑 일어나서 볼링장 오이라~!!
못가요...피곤하고 잠온다...잉
이제 볼링 끝나고 2차 밥묵으러갈끼다. 그라지말고 빨랑 온나~
지금 자고 있는중이라카이~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아이고~문디 ...오면 될낀데..니도 새해 복 많이 받고 아프지마라..
잠시 있어봐라 누가 바까줄라칸다.
(수화기 저쪽에서 머시기야~ 하고 부르는 소리가 나더니 또 다른 오빠다 ㅋ)
아! 오빠가 ~
민주 니 그래할래~ 잉가이 전화도 안 받고 섭섭하데이~
아이고~ 오빠 그기 아이고예~쫑알쫑알
그래 오늘 못오는기네?
앙~ 오늘은 못가고 다음주 화요일엔 볼링장 꼭 갈게요~
그래 알았다 그라모 쉬고 다음주에 보자!!
겨우 오빠들 달래놓고 엄청나게 많이 온 문자들보고 다시 이불을 뒤집어쓰고 다시 잠을 청했지만 잠이 안 온다.
잠들었다가 다시 눈뜨는 아침되면 한 살 더 먹어서 쉰이 되어 있을텐데...이런 생각이나서 일어나 불을 켰다.
머리맡에 있는 손거울을 들고 머리카락을 살펴보니 흰머리가 너무 많다.
한 두개, 아니 몇 개 정도면 뽑아라도 보련만...포기다.
그깢 머리카락 모두 백발이면 어떠리.. 내 마음은 아직도 열아홉 소녀인데..
송민주! 아직 너는 마음도 몸도 청춘이다.
그깢 흰머리가지고 우울하면 민주답지 않지~힘내자 화이팅!!
스스로 내 마음을 달래며 2009년도의 행복했던일들만 떠올리며 그렇게 다시 잠이 들었던가...
새벽에 알람소리에 벌떡 일어 나니 간밤에 얼마나 뒤척이며 잠들었는지
긴 머리는 헝클어져서 귀신이 따로 없다.
이넘의 머리카락 쉰 살 기념으로 왕창 다 잘라버릴까 생각중이다...
나혼자 화장대의 거울을 들여다보며 웃기는 내모습에 기가차서 쯧쯧 혀를 차며
거울속의 나를 한 대 쥐어 박고, 다시 윙크한번 하고 머리감고 세수하고
해맞으러 영도대교 남항등대로 가기위해 새벽길을 나서며 그렇게 새해의 아침을 열었다.
집 근처에서 82번 버스를 기다리며 서 있으니 옷을 너무 얇게 입고 나왔다는 생각이 든다.
이럴땐 바람막이 옷만 있어도...전에 빨래줄에 늘어 놓은 노슈페이스 바람막이 옷이 그립다. ^^*
바람막이 옷 슬쩍해간 얼굴도 모르는 그 사람도 오늘 아침 일출보러 갈까 ㅋㅋ
나는 춥는데 당신은 내 옷 입고 안 춥겠나...안 추우면 다행이고...
올해는 복 많이 받아서 남의 옷 슬쩍하지 말고 예쁜 옷 많이 사 입으삼!!! ㅋㅋ
아이고~ 추바라~~ 손이 떨린다 ㅎㅎ
벼룩이 간을 빼먹지 민주옷을 쫌치가고 지랄이고....ㅋㅋ
금방 용서했던 마음이 원망으로 바뀐다.
으이그~ 옹졸한 민주 ㅋㅋ
추위에 웅크리며 영도 경찰서 앞에 내려서 조금 걸어가니 할매국밥이 두팔벌려 오라고 손짓을 한다.
물에빠진 육고기 먹을줄 모르는데...메뉴판을 들여다보니 유일하게 고기가 들어있어도
잘 먹을수 있는 만두가 보인다. 야호~!
인심좋은 주인장님의 맘씨가 보인다. *^^*~
새해에는 더욱 더 부우자 되세요^^*
맛있는 만두가 나왔쪄요~~~~^^*
사진 찍다가 블로그 이웃님들 또 먹는걸로 약올린다고 구박하실 생각을 하니 웃음이 난다. ㅋㅋ
약오르면 같이 다니면 되지롱~
메롱~~^^*
맛있다. 냠냠 ~
대빵 큰 만두 3개 먹고 나니 덜 춥고 살 것 같다. ㅋㅋ 역시 나는 먹어야 힘이난다. ^^*
남항 빨간등대쪽으로 가는길에 보니 해만큼 멋진 2009년 마지막 달이 조용히 떠나고 있었다.
찬란한 태양도 멋지지만, 나는 아무도 모르게 어두운 밤하늘을 지키는 저 달을 닮고싶다.
가로등과 달...
누가 더 아름답다고 할 수 없을것 같다.
가로등도 달도 세상을 밝혀주는 고마운 것들이기에...
이제 달이 산너머로 넘어가는 순간이다.
길을 지나던 어떤 아주머니가 지는달을 뜨는 해인줄 착각하고 소원을 비는지 두손을 모으고 한참을 서 있다가 간다
ㅋㅋ 우짜노 해가 아니고 달인데예..말해드릴수도 엄꼬...걍 혼자 킥킥 거리며 스치고...
앗!!! 빨간등대다 ~
가까이 다가가 보니 사랑의 편지들이 달려서 만국기처럼 펄럭인다.
부모님께 보내는 어느 착한 학생의 예쁜 글이 바람에 펄럭인다.
옛날 우리딸들 나한테 보낸 편지가 어항에 한 통 가득 찼는데...
빨간등대에서 보니 건너편 충무동쪽에 하얀등대도 보이고...빨간등대도 하얀등대도 처음본다.
영도가 시댁이었는데 이런것도 처음보고 ...시댁이 있긴 있었나 ..ㅎ
점점 동쪽 하늘이 밝아져 오고 바다엔 배들이 여기저기 한가롭게 떠 있다.
아이고 추바라~덜덜덜~
추위를 잊기위해서 사진을 찍고 있는데 배가 한 척 오고있고 다리위에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진다.
이렇게 해가 늦게 뜰줄 알았으면 다리위에 갈걸...
우리가 있는 등대에는 겨우 20명 남짓될까 ㅋㅋ
우리딸 또래쯤의 남학생 3명과 아지매와, 그리고 삼각대 세워놓고 사진찍을 준비중인 아저씨와
둥글게 모여 화이팅도 외치고 몸풀기 운동하는 롯데 공사중인 아자씨들 ~
같이 운동하자고 오라고 부르며 손짓한다. ㅋ
그래도 그렇지..부끄럽게 우찌...^^*
바다엔 오징어잡이 배가 지나가고 다리위엔 해를 보기위해 사람들이 서 있고 하늘엔 갈매기가 날고
참 평화롭게 보인다. 세상이 아름답게 보이는것이 유독 나만은 아니리라...
아침 7시40분
아직 해는 못 보았지만, 건물 유리창에 비친 빛이 먼곳에서 벌써 해가 올라왔음을 알려준다.
남항해는 너무 늦게뜬다.ㅠ.ㅠ
오징어 잡이 배가 가까이 지나간다.
만선이 되어 돌아오는 거겠지...
오징어 맛나는데...오징어볶음 오징어조림 오징어무침, 오징어순대 오징어젓갈..
집에갈때 오징어나 사갈까 잠시 생각...^^*
곧 해가 떠 오르려고 동쪽 하늘이 환하며 눈이 약간 부신다.
드디어 해가 떴다. 눈부시다..
일제히 함성이 터지고 이내 조용하다.
모두 무슨 소원들을 비는것일까...
나도 기도해야지..
발길을 돌리는 사람들을 따라 나와서 영도대교로...
저어기 저 유명한 건물...백화점.. 앞쪽은 멀쩡 뒷쪽은 영...
마치 화려한 화장술로 완전 변장한 여자의 모습같다...
"굳세어라 금순아"의 현인 오빠야가 추위에도 아랑곳 않으시고 반겨주시는데
폼 나신다. ㅋㅋ
살을 에이는 바람찬 영도다리위를 유유히(사실은 추워 죽는줄 ㅠ.ㅠ) 걸어가는 민주도
금순이 아지매처럼 그렇게 살아가야지...
아무리 힘들고 괴로워도 씩씩하고 굳세게, 더 밝게, 그리고 착하게!!!
2년전인가 토함산 일출을 본 이후 두번째 일출도 보고나니 기분이 좋다.
2010년..왠지 좋은예감이 든다.
올 한해도 시간이 허락하는대로
탁구도 치고 볼링도 하고 산행도 하고
좋은님들과 함께 기쁨과 슬픔도 나누고..
열심히 글공부도 하고, 좋은글도 많이 쓰고 싶고
진정한 맘 주고 받을 수 있는 고운사랑도.. 해보고 싶다...
좋은님들!
건강과 행복 기원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2010. 새해 첫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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