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가는대로

12월 5일 시부모님 뵈러...

심일행 2009. 12. 8. 22:04

 토요일

 바람이 많이 불고 엄청 차가운 날씨였다.

 

 랑케씨 : 가자!

 나       : 어디?

 랑케씨 : 천자봉 공원묘지에

 나       : 이렇게 추운날?

 랑케씨 : 가고 싶다

 나       : 네...

 

갑자기 바쁘다.

과일등 간단하게 챙기고 아버님 좋아하시는 쐬주 한 병 챙기고

집을 나섰다.

 

몸살이 났는지 손가락이 아프고 추워서 웅크려서 어깨도 아프고

컨디션 엉망이고 차를 타고 천자봉 가는길은 멀고 힘들었다.

그래도 창밖으로 보이는 너무 많이 변해버린 바깥풍경에 시선을 보내고

천자봉 공원묘지에 도착하니 찬바람이 살 속을 파고 든다.

 

 

 

 

 아직은 변하지 않은 정겨운 들판에 눈이 가고

 

 

천자봉 공원묘지에 도착해서 바라보니 저 멀리로 시루봉이 보인다.

 

 

 살아계실때  둘째 며느리였던 나를 딸처럼 끔찍히 사랑해 주셨던 시아버님

 쌍둥이 낳고 일주일동안 남편을 못 만났을때, 까탈스러운 입맛으로 간도 하지 않은 미역국 못 먹자

 내가 좋아하던 삶은 고구마와 커피 한잔을 식사대신 주시던 그리운 아버님이 보고 싶다.

 

돌아가시기 전에도 나와 둘이서 밤을 지새우며..호흡이 곤란하여 말씀도 잘 못하시면서도 

랑케씨를 부탁하시며 내 손을 꼭 잡아 주시던 어머님..

한성격 하셨지만 나에게만은 한없이 너그러우셨던 어머님도 너무 그립다.

시부모님께 나름 최선을 다한다고 했지만 돌아가시고 보니 더 잘해드리지 못한것이 두고 두고 후회스럽다.

사드리고 싶었던 것들도 참 많았는데 내 살기도 바빠 잘 챙겨 드리지도 못하고...

 

 

아버님 어머님 저희 왔습니다...

엎드려 절하고...

 

쌍둥이 너무 예쁘게 잘 커서 직장생활도 잘 하고 곧 큰집으로 이사도 갈 것이고 이제는 아무런 걱정없으니

두분 걱정하시지 마시라고 말씀드리고 아버님 좋아하시는 술도 사오고 어머니 좋아하시는 예쁜꽃들도 사왔는데

둘째 며느리 예쁘지요?

 

앞으로도 예쁘게 봐 주시고 잘 살아갈 수 있게 지켜주시고, 아저씨 성질 많이 죽었지만 더 고운맘으로

아프지 않게 살고 애인도 생겨서 외롭지 않게해 주세요 ~^^*

혼자서 중얼중얼 말하니 랑케씨가 옆에서 픽 웃는다.

애인 생기게 해주라는 말에 기분이 좋아진건가? ^^::ㅋ

 

 

 오랫동안 시부모님 산소에서 잔 풀도 뽑고 앉아 있으니 너무 춥다.

 집에 갈 생각을 앉는 랑케씨한테 이제 집에 갑시다. 소리도 못하고 벌벌 떨다가 사진 찍고...

 

 

예쁜새도 발견하여 찍으며 설마 아버님이나 어머님이 새가 되어 오신것은 아니시겠지 ~

요런 생각도 하고... 

 

 

클로버 꽃도 찍고

 

 

 다시 시루봉도 찍고

 

 

예쁜꽃들을 보며 잠시 추위도 잊고

 

 

 또 찍고

 

 

 랑케씨는 집에 갈 생각을 안하고 다섯시가 되니 해떨어지고 더 춥다...ㅠ.ㅠ

 

 

 기침 콜록이며 즐겨서 사진을 찍는것이 아니라 이제 추위를 잊기 위해서 사진을 찍다가

 이러다가 나도 천자봉 공원묘지에 묻히는거 아닐까..이런 생각도 하고..^^

 

 

 이제 가자며 일어서는데 내가 춥다고 했더니 옷 엄청 따뜻한거 입은 랑케씨는 하나도 안 춥다고 핀잔만 준다. ㅠ.ㅠ

 말이라도 좀 따뜻하게 해주면 어디가 덧나는가...ㅠ.ㅠ

 시무룩해져서 말없이 랑케씨 뒤를  따라오며 동백꽃 찍고...

 

 

 예뻐서 찍고

 

 

또 찍고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길, 삼분의 일도 안 왔는데 멀미를 심하게 해서 내렸다.

 랑케씨 왕짜쯩이다.

 촌스럽게 아직도 멀미 한다고...ㅠ.ㅠ

 기분이 좋으면 멀미도 안 하는데...ㅠ.ㅠ

 

 추운데 길에서 버틸수는 없고 근처에 식당을 찾았다.

 

 

 

얼큰하게 끓인 양푼이 동태국을 먹으며 어지러움을 가라 앉히는데

 계속 촌넘이라고 구박을 하니 목구멍에 걸려서 넘어가지도 않는다. ㅠ.ㅠ

 

 먹는둥 마는둥 하고, 겨우 정신 차려서 다시 집으로 돌아오니 밤중이다.

 집에와서도 구박이다.

 몇 년 만에 함께 한 장거리 외출인데...

 그 찬바람 부는데도 한마디 말없이 동행했건만...

 

 자려고 누우니 눈물난다.

 시부모님은 나를 안 도와 주시는 걸까....요런 생각도 하면서

 울다가 울다가 지쳐서 잠들었던 날씨보다 맘이 더 추웠던 날...

 

93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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